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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여행

[대만] 여자혼자 자유여행 (4)

by *조터라* 2020.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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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의 둘째날.

느긋하게 조식이 끝나갈 무렵에 일어났다.
식빵도 챙기고 달걀도 챙기고 어김없이
하나뿐인 메뉴인 토스트를 만드려는데,
응? 치즈가 보이지 않았다.
늦게 일어나면 비싼재료가 소진되기도 했다.

당시에는 그걸 알지 못했고
개인 음식을 함께 넣어두는 냉장고에
이름없는 치즈가 있길래 옆의 외국인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어봤다.

[혹시 이거 무료 치즈 인가요?]
Is this free?

전형적인 파란눈에 금발머리인 그 친구는
자기 꺼라고 미소지으며 원한다면 먹어도 좋다고
흔쾌히 권해 주었다.

이게 바로 내가 도미토리를 찾은
이유지!!! 고마운 마음에 어제 저녁
까르푸에서 산 간식으로 답례했다.
혼자 하는 여행이 즐겁기 시작했다.
그 친구에게 ' Have a nice trip ' 을 외치며
오늘의 목적지로 향했다.

***

특별히 스펀에 대한 기대가 컸기에
하루 통째로 일정을 잡았다.
경로를 살펴보면 타이페이 메인역에서
루이팡역으로 가서 핑시선을 타는게 보편적인
루트 같았는데~검색해 보니
메인역에서 허우통 (고양이 마을)로 가는 직통
TRA가 있다는걸 알게 됐다.

우선 도움을 얻으려고
매표소가 있는 타이페이 메인역에 있는
[스테이션 홀]안내 데스크로 찾아갔다.
홀은 널직하고 웅장한 느낌이 들기까지 했다.
열차를 기다리는 여행객들이 바닥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었다.
눈요기가 충분하니 한번쯤 꼭 들러 보시길 바란다.

***

안내 데스크에서
허우통 이라고 한마디 하자마자
7분 후에 열차가 있으니 타는 곳으로
빨리 가보란다.
늦지 않겠냐고 물어 봤더니 문제 없단다.

그때부터 가슴이 쿵쾅 뛰었다.
안내 데스크 왼편 아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우측으로 가다보면 타는 곳이 보일 꺼라고 했다.
정말 늦지 않으려고 냅다 뛰었다.




[TRA 4번 플렛폼] 에 도착해서
무사히 확인한 시각의 열차에 올라탔다.
얼마나 짜릿했는지 모른다.
이지카드의 편리함에 한번 더 감탄!!!
이것만 있으면 표 산다고 기다릴 필요가 없다.

대만 지하철 안에서는 물조차 마실수 없지만
TRA에선 혹시라도 당떨어질까 배낭에 챙겨온
물과 간식을 먹으며 갈 수 있었다.
여기저기서 도시락 같은걸 먹고 있는
사람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익숙한 단어가 귓가에 들려왔다.
루이팡 역을 알리는 안내방송이었다.
어제 고생하며 서서 탔던걸 꼽씹어 보자니...
그게 TRA 였나??? 커흠!!!
여하튼 그 다음역이 허우통 이었던 것 같다.

그날따라 날씨가 너무 좋았고 어제 얻은
교훈을 바로 실천해 넓은 끈달린 챙모자를
쓰고 온 것에 격하게 뿌듯했다.

본격적으로 역사 안으로 진입하자
고양이마을이란 명성답게 고양이 간판부터
시작해서 군데군데 상징물 들이 많았다.
도착 하기만 하면 고양이 떼가 나를 반길꺼라
기대 했지만 역내는 썰렁했다.




살짝 실망감을 느끼며
밖을 돌아다니다 보니 드디어 군데군데
고양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 애들은 이곳에 사는 고양이들 중에서도
특별히 관종인게 분명하다.
관광객들 사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으며 귀여움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귀 모양을 보니 다들 중성화가 되어
있었는데 어느쪽의 귀가 잘려 있는지로
암컷과 수컷을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일정기간 수의사들이 배정되어 아이들이
주기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한다.
나도 그곳에서 만난 사람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다.

풀숲에 잠든 고양이가 눈에 띄어서
다가가 살짝 만졌는데 도망가지도 않고
그릉그릉 소리를 내는 아이를 보니
납치하고 싶은 충동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천국이 따로 없지 않을까 싶다.

적당히 역주변만을 둘러본 뒤,
주 목적지인 스펀으로 향할 준비를 했다.
열차 시간이 빠듯해서 였다.

핑시선은 1시간 단위로 운행이 되는데
열차시간 안배를 잘 해서 구경해야 했다.
멀미가 심하신 분들은
멀미약을 꼭 드시라고 충고하고 싶다.
허우통에서 스펀까지 거리론 두 정거장이지만
사람들로 꽉 막힌 열차안은 멀미하기 충분한
온도와 불편함이 느껴졌다.
조금만 더 멀었어도 열차 안에서
무지개를 생산할뻔 했다.

ㅡ,.ㅡ;;;

스펀역에 도착 해서도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벤치에 쓰러져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5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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